실속 없는 외형 싸움

어제 광고주 미팅에서 광고주가 "다른 대행사에서 브랜드와 관련된 생각지도 않은 제안이 들어왔는데, 사이즈가 너무 커서 거절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말에 대한 두 가지 생각은, 현 대행사에게 솔직하게 그런 이야기를 해줌에 감사하면서도, 그런 미팅 자리를 가질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물론 내가 다른 광고주 영업 작업 하듯이, 다른 대행사에서 내 광고주 영업 작업을 할 수도 있는 것인데, 이 회사로 적을 옮긴 지 3개월 조금 더 되는 시점임에도 이런 소식을 두 번씩이나 듣는 것은 문제의 구실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그런 구실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기 때문이다. 

대행사가 다른 광고주로부터 선택을 받을 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무기이자 자산은 광고주의 만족도일 것이다. 현 광고주의 캠페인이 너무 성공적이어서 그 성과가 외부로 회자되거나, 아니면 현 광고주가 이 대행사의 서비스 & 크리에이티브 퀄러티를 다른 광고주에게 추천해줄 때. 그들도 대행사 서비스와 크리에이티브를 소비하는 사람들이라, 일반 소비자가 제품 사용기를 올리고 그 사용기에 또 다른 소비자가 관심을 갖는 것 이치와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행사가 가장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 현 광고주를 위한 서비스일텐데, 이 회사의 경영 방침은 정반대다. 배가 고프다는 핑계로 신규 영입에 너무나 많은 시간을 투여한다. 재미있는 것은, 현 광고주가 주는 수익이 높지 않다는 불만은 계속 하면서도, 새롭게 접촉하는 광고주에게는 그들이 관심 가질 만한 성과와 아이디어도 없이 "비딩만 붙여주시면 열심히 하겠다"는 구걸 뿐이다.

대행사가 더 많은 수익을 가장 효율적으로 올릴 수 있는 확률은 기존 광고주에게서 나온다. 전통적인 수수료 지급 체계라면 Fee 지급 체계로 바꾸면 되고, 이미 Fee 지급 체계라면 Fee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업무와 서비스를 제안하고 그 능력을 보여주면 된다. 따라서 목표가 구체적이고 정확해야 하며, 목표 달성을 위해 세부적인 플랜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기본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의 전환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형의 확장이, 신규 광고주 영입이 필요하다면, 비딩 기회가 열리기를 보채거나 기다리지 말고 우리가 그들을 얼마만큼 오랫동안 봐왔고, 그들의 비즈니스의 문제와 기회가 무엇이며, 그래서 이런 아이디어가 그들의 비즈니스 성과를 만들 수 있음을 고민하고 제안하는 데에 투자를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면서도 실속 있는 방향으로.


공유하기 버튼

 
 

비딩 초기 단계 설계의 부재

2주간의 비딩 프로젝트가 어제 끝났다. 짧은 시간에 아이디어를 뒤집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최종 단계 전략 기획서와 제작물 준비는 나름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을 마친 후 질의응답 시간. 광고주 의사결정권자는 우리가 받은 오리엔테이션의 맥락과 매우 다른 질문을 날렸고, 나는 대답 거리를 찾지 못해 이리 저리 둘러대는 모습을 보였음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결과의 좋고 나쁨을 떠나, 이번 비딩의 뼈 아픈 실책은 초기 단계에서 방향성 설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왜 광고주가 이번 비딩을 진행하는 지, 챌린저 브랜드로써 가져야 하는 업계 특유의 전략 & 전술은 무엇인지, 의사 결정권자의 성향과 스타일은 어떤 지 등등. 광고주 조직이 워낙에 크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R&R 구분이 어떻게 되는 지는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승자를 결정할 광고주 내부 의사 결정권자를 프레젠테이션 당일에서야 보게 되고,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고서야 성향이 어떤 지를 알게 된 것은 앞 뒤가 뒤바뀐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

시장-소비자 다이나믹스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어떤 해결책이 필요한 지, 어떤 채널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지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IMC의 핵심이다. 광고주 의사 결정권자는 IMC를 가장 정확하게 실행하는 기업에서 마케팅 담당자로 십수년을 근무했고, 높은 성과를 낸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그저 때깔 내는 것으로만 보이는 결과물 제안이 만족스러울리 없다.

물론 광고주 실무들이 작성한 브리프에는 IMC 전략의 뉘앙스를 풍기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초기 단계에 이런 정보를 파악하고 우리의 방향성을 설계했더라면 우리 결과물의 엣지를 더 날카롭게 할 수 있었고, 프레젠테이션 당시에 그들이 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잡아줄 수 있었을텐데. 

여러 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돌아봐야 할 것이 많은 프로젝트였다.

공유하기 버튼

 
 

Medieval marketers bleeding the brands


  When you have a new brand manager...
  Change the packaging...


  When you have a new marketing manager...
  Change the advertising...


  When you have a new marketing director...
    Change the agency...


  When you have a new general manager...
  Change the marketing director...


공유하기 버튼

 
 

Learning from the learning


좋은 동영상을 하나 봤기도 하고. 평소 책과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내가 이런 동영상을 보는 것 조차도 아이러니겠지만, New business pitch를 준비하는 과정에 대입해보면 사뭇 의미 있는 몇 마디를 찾을 수 있기에 동영상 하나를 소개한다.

전 회사에서 좋은 기회를 얻어 아시아 리저널 트레이닝에 다녀 온 적이 있다. 첫 세션에서 New business pitch에 임하는 자세와 세일즈맨쉽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눈에 띄는 키워드가 바로 Ayatollah 라는 것이었다. 

Ayatollah
n. Islam
  1. A high-ranking Shiite religious authority regarded as worthy of imitation in matters of religious law and interpretation.
  2. Used as a title for such a leader.

종교 지도자에 대한 명칭이고, 카톨릭교로 말하자면 주교의 위치라고 한다. 이런 명칭이 에이전시의 New business pitch에 사용된다는 것도 재미있는 반면에 도대체 어떤 역할이 그에게 주어지는 지도 궁금해지는데.

첫 세션을 주재했던 Chris Thomas에 의하면 "Ayatollah는 Pitch leader이다". 에이전시의 경영진과 Pitch에 참가하는 스탭들 사이에서 Pitch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컨트롤 하고, 이끌어 나간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스탭들보다도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들이 제시한 로직과 이해도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행여나 스탭들의 로직과 아이디어가 성에 차지 않을 때 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상황을 반전시킬 줄도 알아야 한다. 스탭들이 클라이언트의 정치적 상황, Pitch 배경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아이디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그 부담을 100% 걷어낼 줄도 알아야 한다. 경영진도 Ayatollah에게는 최대한의 신뢰를 보여주어야 하며, 그의 지식과 경험과 감각에 의해 정리된 '패키지'를 에이전시의 '상품'으로 인정해주어야 한다. 이미 수많은 논리와 논쟁을 통해 검증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위 동영상을 보고서 열심히 토론에 임하는 학생들에게서도 열정, 치밀함, 대담함 등을 배울 수 있겠으나, HBS를 이끌어나가는 교수진들에게서 더 큰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이미 교수진들 스스로가 정보 분석과 논리 구성에 있어 학생들보다 5~10배 더 많은 부담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교수진들은 학생들이 미리 학습해온 내용에 대해 굉장히 자신감이 있고 확신이 있음을 이미 잘 알고 있다. 학생들이 Fight에 가까운 논쟁을 펼칠 수 있도록 자신들은 Ring master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개별적 정보 분석과 논리가 합해져 커다란 지식 덩어리, 아이디어로 발전하는 것이다. 

비전은 흘러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흘리지 않아도 당연히 아래로 흡수되고 젖어들고 동일화 되는 것이다. 경쟁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 독립 에이전시일수록 Ayatollah 혹은 HBS Faculty에 준하는 능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적 또는 조직적 견해로 인해 잘 숙성된 논리와 아이디어가 생명력을 강하게 뿜어낼 수 있도록. 아이디어의 생명력을 통해 에이전시의 생명력이 강하게 뿜어질 수 있도록. 

공유하기 버튼

 
 

"I want to see your thinking process"

새로운 회사에 둥지를 튼 후 세 번의 비딩이 있었다. 연락을 주거나 기회가 보이는 곳에는 가능한 한 다 들이대는 것이 이 회사의 방침 아닌 방침이다 보니, 한 달 반이라는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비딩에 참여하게 되었다. 

세 번의 비딩이 비슷한 성격을 띄지는 않았다. 첫 번째는 일반적인 형태의 비딩이었지만 에이전시 브리프를 바탕으로 하여 인쇄광고 시안을 최종 결과물로 제시하는 것이 숙제였고. 두 번째는 AOR 에이전시 선정을 위해 에이전시 역량과 운영 아이디어의 참신함을 보여주는 것이 숙제, 세 번째는 브랜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 전략과 크리에이티브를 제안하는 것이 과제였다. 각기 다른 배경과 과제였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공통적으로 느낀 바가 있었으니, 바로 에이전시 차원의 전략 부재라는 것이다. 아니, 전략이라는 말보다, 에이전시가 과제를 풀어가는 사고의 방식, 프레임 또는 Methodology가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

위키피디아에는 Methodology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Methodology is generally a guideline system for solving a problem, with specific components such as phases, tasks, methods, techniques and tools.It can be defined also as follows:

  1. "the analysis of the principles of methods, rules, and postulates employed by a discipline.
  2. "the systematic study of methods that are, can be, or have been applied within a discipline"
  3. the study or description of methods.

A methodology can be considered to include multiple methods, each as applied to various facets of the whole scope of the methodology.

커뮤니케이션이 비즈니스와 마케팅 상 문제를 해결하거나 기회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가장 크게 활용되는 방법이라는 것은 마케팅개론 첫 시간에 배우는 내용이다. 문제 해결과 기회 강화를 얼마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펼치느냐는 것이 에이전시 업의 본질일테고. 그렇다면 그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대체 어떤 사고 과정과 프레임을 통해 뽑아내느냐는 것이 에이전시의 출발점이고 핵심이자 경쟁력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에이전시가 그러하듯이 사고 과정과 프레임에 대한 특징은 잘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든 원인은 세 번의 최종 리허설이었다. 첫 번째 리허설에서는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명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번째는 "광고주가 무엇을 봐야 하는 지, 우리가 무엇을 팔아야 하는 지를 모르겠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어차피 에이전시 수행 능력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 번째는 달랐는데, 영업을 중시하는 광고주가 "왜 이런 광고를 해야 하는 지, 우리가 준비한 아이디어의 정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프레젠테이션 12시간을 남겨 놓고 내가 한 것은 기획서 수정이었고, 출발 1시간 전에 리허설을 다시 받고는 "어제 보다 100배 낫다"는 코멘트를 받았다. 세 번의 코멘트에서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맥락은 전략적 분석, 현상과 과제를 달리 해석하는 통찰력, 아이디어로 귀결될 수 밖에 없는 필연성 보다, 보고 듣고 읽기 쉬운 '겉치레'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종 보고 듣고 경험할 수는 있으나, 개인의 호불호에 의한 소모적인 판단과 보완 보다도,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이해하는 사고의 근간을 통해 본질적인 보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웅현 ECD가 광고계에 큰 획을 그어 왔고 한국을 대표하는 광고인으로 평가, 인정받는 이유도 인문학이라는 큰 줄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와 함께 일 하는 스탭들도 그의 영향을 받아 현상의 근본을 고민하고, 그것을 아이디어로 전환하는 능력을 개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메이트가 포지셔닝이라는 전략적 차별성 때문에 독립 대행사로서 두드러진 명맥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맥락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광고 산업이 굉장히 시스템화 되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적인, 철학적인 부분들이 간과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고군분투 해야 하는 독립대행사가 '한 칼'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핵심으로 접근하여 경쟁력을 만드는 것이 우선일 것이고, 그 부분에 시간적으로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는 '공장'이 있는 반면 한 순간의 플래시 같은 '공장'도 있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겠다. 

공유하기 버튼

 
 

1 2


Twitter button

Twitter